
목차
1. 12년의 기다림
2001년, 전 세계를 공포와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마이크와 설리반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베테랑 겁주기 선수가 아닌, 꿈에
부푼 '신입생'의 모습입니다. 픽사(Pixar)는 후속작 대신 프리퀄을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사랑하는 콤비가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그리고 그들의 찬란했던(혹은 처절했던) 대학
시절을 조명합니다.
영화는 어린 시절 현장 학습에서 겁주기 선수의 위엄을 보고 꿈을 키운 마이크와 조스키의
시선으로 시작됩니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론을 달달 외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이크와, 타고난 체격과 가문의 명성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는 제임스 P. 설리반.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두 캐릭터의 만남은 명문 '몬스터 대학교(MU)'의 활기찬 캠퍼스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2. 노력파 마이크 vs 천재형 설리반
몬스터 대학교의 핵심 갈등은 '노력'과 '재능'의 충돌입니다. 마이크는 누구보다 성실하며
겁주기에 대한 모든 지식을 섭렵했지만, 결정적으로 "전혀 무섭지 않다"는 외모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설리반은 연습 없이도 포효 한 번에 모두를 압도하지만, 정작 기술
적인 이해나 전략은 전무합니다.

이들은 학교 내 최고의 엘리트 코스인 '겁주기 학과'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지만, 결국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퇴학 위기에 처합니다. 이 과정에서 픽사는 전형적인 캠퍼스물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두 캐릭터의 결핍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마이크의 열등감과 설리반의
중압감은 단순한 어린이 영화의 갈등을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3. '울지 마라 겁쟁이 팀(OK)'
퇴학을 면하기 위해 마이크와 설리반은 교내 최고 권위의 대회인 '겁주기 대회'에 출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합류하게 된 동아리 '우즈마 카파(Oozma Kappa)'는 학교 내에서
낙오자로 취급받는 소외된 괴물들의 모임입니다. 다리가 너무 많거나, 나이가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귀엽게 생긴 이들은 도저히 무시무시한 겁주기 선수가 될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부족한 팀원들'이 각자의 개성을 활용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협동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마이크의 리더십과 전략, 설리반의 파워, 그리고
팀원들의 기발한 장기가 합쳐졌을 때, 이들은 주류 사회인 '로어 오메가 로어' 멤버들이
가지지 못한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이는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아내는 픽사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빛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4. 현실적인 결말
이 영화가 단순한 '권선징악'이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식의 클리셰를 파괴하는
지점은 바로 후반부입니다. 마이크는 생애 최고의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결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잔인한 진실과 마주합니다. 현실의 벽은
노력만으로 넘을 수 없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마이크와 설리반은 결국 대학에서 퇴학당합니다. 명문대 졸업장이라는 안락한 길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의 진짜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주인공들은 좌절하는
대신 몬스터 주식회사의 '우편실' 말단 사원으로 입사합니다. 바닥부터 시작해 한 단계씩
올라가며, 마이크는 최고의 전략가로, 설리반은 최고의 실전 주자로 성장합니다. 꿈꾸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결국 꿈의 '본질'에 도달합니다.
5. 픽사가 전하는 메시지
<몬스터 대학교>는 성공 신화가 아닌 '실패 신화'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 실패가 곧 인생의 끝이 아님을 역설합니다. 마이크가 겁주기 선수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의 인생이 가치 없는 것이 아니듯, 우리 역시 사회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위로를 건넵니다.
또한, 이 영화는 훌륭한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혼자서는 한계가 분명했던 마이크와
설리반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완성형'이 되어가는 과정은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설리반은 마이크에게서 열정을 배우고, 마이크는 설리반을 통해 자신의 지식이 현장에서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 깨닫습니다.
결론: 몬스터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이겨낼 용기
<몬스터 대학교>는 역대 미국 흥행 순위 161위에 걸맞게,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수작입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유머러스한 설정 뒤에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숨겨져 있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은 '겁주기 대회'에서 탈락했다고 느끼시나요? 혹은 자신이 공들여 쌓아 온
이론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졌나요? 그렇다면 마이크 와조스키의 당당한 눈등자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대학 졸업장은 없어도, 그는 역대 최고의 겁주기 파트너를 얻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설이 되었습니다. 몬스터 대학교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인생의 경로는
하나가 아니며, 당신이 걷는 그 길이 바로 당신만의 정답이 될 수 있다고 말이죠.